개발하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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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번아웃이 온 것 같습니다.

 

사실 한동안 번아웃이라는 부분을 굉장히 스스로 부정하고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더 힘든 순간도 있었고,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밤낮 없이 일을 해보기도 했고 해서 저한테는 번아웃이라는게 안올꺼라 뭔가 내적으로 장담도 하고 있었고, 그동안 다른 후배 직원들의 번아웃을 보면서 나약해서 생긴 변명이다라고 생각한적이 더 많았던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 번아웃에 퐁당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아니 퐁당 빠져버렸었죠.

 

일단 제 증상은 간단했습니다.

회사에서 무슨일을 해도 무기력했습니다.

표정이 좋지 않고 피로가 풀리지 않고 가장 큰 부분은 '이 일을 내가 왜 하고 있어야 되지?' 라는 조금 근본적인 의문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도는 부분이었죠.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 나도 번아웃이구나.

 

내가 지쳤구나...

 

 

그때부터 이것저것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을 해보고 생각이나 마음도 변해보자 라고 스스로 결심도 다져봤습니다.

스스로에게 최면도 걸었던 것 같은데, 메타인지라고 하나요? 

간절히 원하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하는데, 전혀 효과가 없더군요.

일을 더 열심히 해야지, 라고 생각할수록 더더욱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시도했던 것을 포기하는 중에 공통적으로 다들 말하고 있지만 단 하나 시도하지 않았고 외면했던 방법을 해봤습니다.

 

휴식하기...

 

정말 오랜 시간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연차를 사용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순간이든 일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스스로에 대한 관리가 더 중요하다.

무작정 일만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답이라고는 알았지만 스스로 도태될꺼 같고 뭔가 나 자신한테 지는 것 같다 생각해 미련하게도 외면하고 있었던 휴식을 해보려고 합니다.

 

죄책감을 가지지 마세요. 적당히 쉬고 재충전하고 본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해 나가는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최근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 게시글 이력을 보면 알겠지만 한동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다. 한동안이라고 하기에는 그 기간이 너무 긴 것도 사실이죠.

 

변명을 하자면 못할 것도 없는데요. 정말 바빴습니다. 말로만 바쁜게 아니라 누가 봐도 인정할 정도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무리한 일정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제안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받아 야근을 계속했습니다. 휴일에도 결혼 준비를 한다고 이리저리 주중에 예약한 쥬얼리숍, 웨딩숍, 맞춤 정장점 등 토, 일요일에도 하루 2~3개의 예약지를 방문하면서 비교하고 따지면서 계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저 결혼해요!)

 

그만큼 회사에서도 일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급하게 다른 부서에서 펑크가 나서 돌아오는 업무를 처리해주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제출의 의의를 둔 제안들이 운이 좋게 수주에 성공하면서 어느정도 회사 내에서도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혼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조금은 소홀해도 노력하는 모습을 여자친구는 고맙게도 너무 예쁘게 봐주고 있고요.

 

하지만 이렇게 주말이 없이 6개월 정도를 달려오다 보니 피곤하지 않다. 지치지 않는다라고 되뇌이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몸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회사 업무에서도 잔 실수가 많아지고 밖에서 볼때는 보이지 않아도 앉으로는 많이 곯아 가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번아웃 같이 무기력하고 업무에 의욕이 없는 상태가 되더군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연차를 내고 하루를 쉬었습니다.

굳이 ‘연차를 다 챙겨서 쓰자’라는 성격이 아니라서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쓰지 않았던 연차가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더군요. 지금부터 매주 1개씩의 연차를 쓴다고 해도 연차 갱신일까지 다 못쓸 정도의…

 

연차를 쓰고 오전에는 정말 아무 계획 없이 집에서 누워있었습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한동안 집 밖으로 걸어 나간 기억이 없더군요. 그래서 간만의 늦은 기상을 하고 나서 씻은 뒤 무작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무 계획 없이 말이죠. 웃기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아무런 계획이나 일정 없이 움직인다는게 저한테는 되게 낯설더군요.

 

날씨가 더워서 3년 전쯤에 자주 다녔던 카페로 갔습니다.

도착해서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할게 아무것도 없이 멍한 상태였습니다. 일은 쳐다도 보지 말자라는 생각에 가방도 챙기지 않았고 손에 있는 건 지갑과 휴대폰 밖에 없었습니다.

휴대폰으로 웹소설이나 웹툰이나 조금 보고 집에 들어갈까 했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나요 충전기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는지 베터리가 8%밖에 남지 않았더라구요.

 

연차라고 해도 언제 급한 업무 전화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휴대폰이 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따로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조금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글을 적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약간의 일 중독인거 같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연차인데 오전에 업무 관련 통화를 양껏하고 카페에 앉아 있는 중입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카페에 앉아서 천장에 노출된 배관들을 멍하니 보거나 주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정말 열렬하게 참고서와 싸우고 있는 학생들이나 전공책을 펴고 있는 대학생들, 업무 관련 미팅을 하는 직장인들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

평일 오후 2시, 학교나 회사에서는 한참 수업이나 업무를 할 시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있더군요.

 

그렇게 돌아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들도 생각이 나더군요. 그렇게 정말 문득 책을 읽고 싶다 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고, 간만에 스스로 ‘무언가를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든게 좋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서점으로 갔습니다.

웃긴건 카페에서 서점까지의 거리나 집까지의 거리나 크게 차이가 없었습니다. 집에 아직 못 읽고 책장에 먼지가 쌓인 책들이 3~4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홀린듯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죠.

 

새 책을 들고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었습니다.

그냥 무작정 제목만을 보고 고른 책을 펴고 한 장, 두 장 읽어가기 시작했죠.

 

특별히 책의 내용이 생생하고 감명깊게 읽히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오랜만에 글자를 신경써서 한 줄, 한 줄 읽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죠.

책의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말이죠.

 

오래 읽지도 않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휴대폰 진동 소리에 잠깐 고개를 돌리면서 카페에서 독서 시간은 그렇게 끝이났죠.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학생 시절 책을 많이 읽은 시절까지 떠오르면서 그때 조금 더 어렸을 때 했던 생각이나 그 당시 기분까지도 다시금 떠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전 날까지 머리가 너무 아파 약을 먹으면서 그냥 견디고만 있었던 두통도 어느새 조금 사라진 느낌이었습니다. 따로 약을 먹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때까지 주변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항상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그 방법은 다 다른데 넌 이상하게 혼자 스트레스를 다 품고 사는 것 같아 라고 하는 말들이 생각나라구요.

 

최근 기사나 SNS를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보입니다. 워라밸(Work of Lift Balance), 일과 생활의 균형.

이때까지 일을 하면서 단거리 달리기를 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랫동안 꾸준히 롱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시간을 두고 생각하거나 준비하지 못하고 무작정 앞으로만 달려왔던거죠. 생각해보면 그 방향이 정말 앞인지도 모르는 채로 말이죠.

 

아직까지 회사에서 일상에서, 스스로 번아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생활을 하면서 조금 더 나다움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스스로 재충전하는 방법들은 다를 것입니다. 정말 다양할 것이고요.

 

 

아직까지 번아웃을 완전하게 극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일상 속에서 작은 행동으로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을만한 가능성과 방향을 찾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기분이 너무 좋아져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오랜 친구한테 오랜만에 자랑을 했습니다.

 

“나 연차라서 회사를 안가고 카페에 왔어. 책을 읽고 가볍게 산책을 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아. ”

 

워커홀릭이라고 하기에는 아직까진 다른 분들에 비해 너무 부끄러운 수준이고 "벌써부터 번아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분들도 있지만 번아웃이라는 게 정량처럼 모두 같은 단계, 시기에 찾아오진 않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 나만의 충전 방법, 일이나 다른 무언가에게 함몰되지 않고 스스로 나다움을 지키면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한 번쯤 아무 생각 없이 찾아보시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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